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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건설업에 몸담았던 내게 계획은 설계도면과도 같다.
설계도면이 엉터리이거나,
도면 대로 짓지 않는 공사는 반드시 부실공사가 된다.
건설현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늘 작업복 윗주머니에
설계도면을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확인을 한다.
건물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선박, 심지어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설계도면은 필수적이다.
마찬가지로 사업계획이 없는 기업 경영은
설계도면 없이 마천루를 짓거나,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설계도면, 즉 사업계획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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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이지만,
지난 30년 가까이 기업 경영을 하며 얻은 지금까지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사업계획은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어떻게’(How)이다.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숫자는 그 구체적인 방안의 결과일 뿐이다.
둘째, 욕심 부리지 말고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백화점식 나열은 아무 것도 안하겠다는 것과 같다.
한두 가지 추리기가 어려우면 우선순위라도 정해놔야 한다.
셋째, 두루뭉술한 표현은 제발 쓰지 말자.
강화, 향상, 제고, 혁신 등등
어떻게 강화하고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넷째, 도전해볼만한 적정 수준의 목표를 정하자.
지난해 수준으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계획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그만큼은 달성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장밋빛 희망사항도 계획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안 이루어질 것이니까.
다섯째, 계획한 대로 안됐을 때 백업플랜(대안)이 있어야 한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일이 안됐을 때 보충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챙겨놓아야 한다.
여섯째, 사업계획 안에는 2~3년 후의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해당연도 사업에 대해서는 돋보기 계획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3년후에 무엇으로 먹고 살 건지에 대한 망원경도 갖춘 계획이어야 한다.
일곱째, 과거에 대한 성찰과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기본이다.
앞서 돋보기와 망원경을 말씀 드렸지만,
그래서 백 미러와 사이드 미러가 필요하다.
여덟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계획은 의미가 없다.
계획은 철저히 자기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캐비닛과 PC 안에 처박아둔 계획은 이미 죽은 계획이다.
아홉째, 그렇다고 한번 짜놓은 계획이 건드릴 수 없는
‘헌법’은 아니다.
여건과 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열번째, 전체적으로 아귀가 맞아야 하지 않을까?
- 하겠다는 일은 많고, 또 그렇게 하면 30% 성장은 거뜬할 것 같은데,
정작 목표는 10% 미만 (안전 제일주의?)
- 새해가 된다고 갑자기 상황이 바뀌고 여건이 호전되지 않을 텐데,
1월 목표치는 갑자기 높아져 (첫 달부터 실패 예약?)
- 6월까지는 극히 보수적인 계획을 잡아놓고,
실적은 하반기에 몽땅 (일단 상반기는 편안하게?)
- 작년에 안 된 이유가 전혀 해결이 안됐는데,
내년에 또 계획으로 올려 잡아 놔(새로운 메뉴 개발이 힘들어서?)
그래도 나는 또 내년 사업계획을 놓고 노심초사한다.
어떻게 하면 계획을 위한 계획 NATO(No Action Talk Only),
12월이면 늘 하는 세리모니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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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동그라미 안에 방학시간표 짜는 것부터 시작한
계획과의 싸움을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계열사로 KG케미칼, KG 옐로우캡, KG ETS, KG제로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이데일리가 있습니다.
존경받는 기업,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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