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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회장의 경영 이야기

조직에서 융통성보다는 룰(Rule)이 먼저일까?


 

창조경영, 속도경영이 경영의 화두가 되면서

유연성과 융통성이 중요한 가치로 대접받고 있다.

 

이어령 선생님은 ‘보자기 문화’를 가진 우리 국민의 유연성과 융통성이

21세기 경제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유연한 사고를 하는 강점이 있다.

그리고 융통성을 부리는데 대해 관대한 편이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에 대해

“현실감각이 있다.”, “실용적이다.”,

“사고가 유연하다.”며 좋은 평가를 하는 반면,



원칙과 룰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빡빡하다.”, “현실적이지 못하다.”,

“야박하다.”, “고지식하다.”, “경직돼 있다.”,

“쓸데없는 일이 늘어난다.”며 부정적 평가를 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미명하에

‘원칙과 룰’보다는

‘융통성’(일본식 표현으로 유도리)의 편에 서곤 한다.


 

그런데 과연 룰을 지키는 것이 번거롭고,

시간만 소요되는 일일까?


 


원칙과 룰을 지킨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것과는 다르다.

또 당장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키드랜드와 프레스콧은

1977년 ‘재량권보다는 룰’이라는 논문에서

융통성보다 원칙을 지킬 때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이유는 하나다. 바로 신뢰다.

모든 거래와 관계에 있어 원칙을 지킬 때,

신뢰가 높아지고 거래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룰이 문제가 있으면 룰을 바꾸면 된다.

하지만 바뀌기 전까지는 룰은 지키는 게 옳다.

 

그런데 불합리한 룰이 있어도 바꿀 생각을 않는다.

안 지켜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룰은 있으되 지키는 사람은 없는 룰, 이것은 조직을 병들게 한다.

 

잘되는 조직을 보면 하나같이 융통성이 없다.

그렇다고 속도가 느리지도 않다.

 

오히려 룰이 분명하고,

그것이 잘 지켜지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융통성과 상황논리가 득세하게 되면

나와 남을 재는 잣대가 다르게 되고,

내가 하면 ‘차로 변경’,

남이 하면 ‘끼어들기’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는 조직이 일관되게 오랫동안 번성하기 어렵다.

로마제국이 천년 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법에 의한 지배와 잘 짜여진 시스템, 상세한 매뉴얼이 있었고,

이를 철저히 준수한 사람들과 문화가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외골수로 룰만을 고집하자는 말이 아니다.

룰이 먼저이고, 그 바탕 위에서 융통성을 갖자는 말이다.

룰을 잘 지키게 하는 윤활유로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KG그룹 회장 곽재선
KG케미칼, KG 옐로우캡, KG ETS, KG제로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이데일리가 가족사로 있습니다. 존경받는 기업,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고자 합니다.